
[경제] 한국, '차이나리스크'에 유독 취약..글로벌소비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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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13-07-08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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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커노믹스'에 적응해야
리커창 총리, 성장률 8%안돼도 더 이상 돈 풀어 경기부양 안해
- 중간재 의존도 높은 한국
세계 각국 中 공장 건설, 공급과잉으로 가격 폭락… 한국 기업의 이익 감소 불러
- 中, 거대한 소비재 신대륙으로
일부 음식료·패션 대박났지만 세계기업 간의 경쟁 시작되면서
中 소비재 시장서 밀리기 시작
한국 경제에 차이나리스크(중국 발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1분기에 중국이 8%를 밑도는 성장을 했다는 소식에 한국 실물경제가 충격을 받았고, 최근엔 중국의 단기금리가 폭등하면서 중국의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한국 주식시장이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 발언 때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 경제가 이렇듯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한국이 중국의 새 총리 리커창의 경제 운영 방식, 이른바 '리커노믹스(Likenomics)'에 적응이 안 된 때문이다.
◇'리커노믹스'에 적응 안 된 한국
리커창 총리의 경제 운영은 원자바오 전 총리와는 확실히 다르다. 지금 중국에는 원 전 총리 시절에 정부 지출 확대로 경제의 유효수요를 확대하려던 '케인스'식 정책은 자취를 감췄다. 대신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공급경제학에 기반한 정책으로 미국 경제를 부활시킨 '레이건'이 살아 돌아온 듯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리 총리는 성장률이 8% 아래로 가고 자금시장이 경색되어 단기금리가 연 30%대로 치솟는데도 경기부양이나 유동성 확대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30년간 해온 GDP(국내총생산) 고성장에 목숨을 거는 것은 포기하고 디레버리징(부채감축)과 구조조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는 것이 '리커노믹스'의 핵심이다. 마치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감세와 정부지출 축소를 통해 공급부문의 애로를 풀어 경기를 살렸던 '공급경제학'처럼 리커창 총리의 주요 정책은 정부 인허가의 축소, 감세와 독점 타파, 시장 자유화와 도시화에 맞춰져 있다.
지금 리커창 정부는 정부의 보이는 손 대신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지를 시험하고 있다. 리커창은 집권하자마자 133개의 국무원 비준 프로젝트를 없애거나 지방으로 화끈하게 이양했다. 그 다음이 금융시장이다. 경제가 울면 무조건 젖부터 물리던 다정한 엄마 같던 중국 금융당국이 계모처럼 냉정해졌다. 원자바오 시대에 4조위안 재정지출과 10조위안의 대출을 화끈하게 집행해 경기를 살리던 방식은 리커창 시대에는 더 이상 없다.
◇중간재 의존도 너무 높은 게 문제
이 같은 중국의 변화에 대해 한국이 중국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근본적 이유는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데다, 수출 품목이 소비재보다는 중간재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1980~1990년에는 대미 수출이 한국 경제를 좌우했지만 2000년대 이후는 대중 수출이 한국 경제를 좌우하고 있다. 과거 대미 수출 비중 최고치가 36%였는데 현재 대중 수출 비중은 이미 30%대에 달하고 있다. 반면 대미 수출 비중은 10%대로 쪼그라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GDP와 수출은 중국과 완벽하게 연동되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가 발생하자 중국은 1000만채의 집을 짓고 1800만대의 차를 사게 해 경기를 부양했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웠던 한국은 중장비와 건자재 그리고 기계, 전자부품 등의 중간재를 팔아 초호황을 누렸다. 덕분에 한국의 대중수출 중 중간재의 비중은 74%에 달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었다.
리커창 시대에는 더 이상 이런 케인스식의 경기부양이 없어졌다. 전 세계 기업이 모두 중국에 공장을 짓는 바람에 엄청난 중간재 공급과잉이 생겼고 여기에 한국의 중간재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은 한국 기업의 이익 감소, 주가 속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중공업, 철강, 화학업종의 주가 속락은 중간재 강국 한국이 중국의 새로운 경제 스타일의 변화에 대응이 안 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소비재 수출 얼마나 늘리느냐가 관건
한국 금융시장이 차이나리스크에 민감한 이유도 우리 경제의 대중 의존도에서 찾을 수 있다. 수출 강국 한국의 무역 흑자는 한국 기업의 이익과 유동성의 원천이다. 특히 중국 무역에서 발생하는 흑자는 어마어마하다. 2012년 한국의 무역 흑자는 283억달러인 데 비해 대중 무역흑자는 841억달러로 한국 전체 무역 흑자의 3배에 달했다.
한국 증시의 주력 업종에 외국인 비중은 50%가 넘는다. 이는 시장 개방이 안 돼 있는 중국 주식을 못 사는 외국인이, 중국 대신 중국의 수혜를 가장 크게 보는 한국의 중국 수혜주를 사서 묻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국인들은 주식이 아니라 한국의 대중 무역흑자를 산 것이다. 그래서 중국이 문제 되면 먼저 한국 금융 시장에서 난리가 난 후 차츰 한국 경기와 고용으로 파급 효과가 퍼지는 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유럽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해 200년간 경제 호황을 누렸다. 한국은 신대륙을 발견하지는 않았지만 운 좋게 신대륙 근처에 위치한 혜택을 봤다. 2000년간 이웃에 있었지만 별 볼 일 없던 중국이 60년 만에 미국을 대신할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다가온 것이다. 거대한 중간재 신대륙이었던 중국은 이제 소비재 신대륙으로 변화하고 있다.
소비재는 브랜드가 생명이다. 그런데 소비재 부문에서 우리는 세계 시장에서 잘나가는 브랜드를 키우지 못했다. 한국의 일부 음식료와 패션업체가 중국에서 대박 났다고 하지만 세계 모든 브랜드가 다 들어와서 경쟁하는 중국에서 벌써 밀리기 시작했다. 코앞에 닥친 '리커노믹스'에 대응해 대중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을 낮추고 소비재 비중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가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리스크를 줄이는 관건이다.
[전병서 경희대 China-MBA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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