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지신
[尾生之信]
‘사람이 자신의 의지를 현실화 하는 데에,
때론 고집스럽고 융통성이 없을 필요도 있다’
“향수유독”이란 노래는 중국에서 달리는 차 안에서 처음 들었던 중국노래이다.
그저 잔잔한
리듬이 좋아서 내용을 모르고 들었던 노래였는데 나중에 내용을 직원에게 물어보니 사랑에 관한 노래라고 한다.
비행기 안에서 이번 출장에서의
정리할 일들과 비중이 높아질일, 문제가 제기될 일들에 대해서 준비된 서류를 보면서, 기내식을 먹는 둥 마는 둥, 서류만 보며 생각에 잠겼다.
사스의 공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한번의 실수가 생산에서는 큰 손실의 결과를 가져오기에, 늘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시기였다.
이번이 몇
번째의 중국행인지도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당시 집과사무실에는 언제든지 출장을 갈 수 있게 짐 가방을 항상 준비해두었던 것 같다. 이번에
개발되는 제품을 구매하려는 회사가 정해졌다. 지난번 미국미팅에서는 “라디카”라는 회사 외에도 4곳
의 회사가 제품에 관심이 많았었지만,
정작 우리와 제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연락하고 관심을 표명하는 회사는 “샤퍼이미지”라는 얼리어
댑터를 위한 전자제품을 주로 많이 취급하는
회사였다.
연락을 취할 때마다, 담당자가 바뀌어서 의아해 했지만, 나중에 안 사실은 우리 제품 때문에 사람이 많이 교체되었다고 한다. 도저히 만들기
힘든제품이고, 그것도 중국에서 생산을 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3시간 남짓 걸리는 비행시간으로 도착한 홍콩. 둘러보니, 내 집 같은 편안함이
든다. 샘이 이번에는 배를 타고 중국에 가자고 제안한다. 하하..일하러 왔는데 배는 다음에 타자고 하고, 다시 동관의 호문으로 어둠을 달리기
시작했다.
공장에는 첫 번째 사출샷이 나와서품평회를 하고 있었고, 다행이 우리가 제공한 설계도면 대로 매우 정교하게 인젝션이 되어 나와
있었다.
메카포드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다. 형태는 완구가 나타내는디자인을 가지기 힘들었고, 기능도 로봇의 프로그램이 40개나
첨가가
되었고, 컴퓨터로 관리를 하는 제품이었으니 아이들 세계에서의 벤츠라고나 할까?
설계 자체도 외부와 내부 기능의 기구설계로 나누어져
있어서,외부의 형상과 내부의 기능이 오차없이 프로그램으로 가동을 할 수 있게 기획된 제품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이리 비싼 제품을
기획했는지.
이번 출장에서는 외형의 기구설계가 완성되어 점검을 하고, 출장 기간 동안 내부의 기구설계 점검과 목업이 가능하다면, 외형과
내부를 합체하여 기능을 점검해야 하는 일정을 가지고 있었다. 서서히 그림으로 드로잉 된 것이 눈앞에서 움직이는 것을 기대하는 동안 중국공장에서의
미팅이 진행되어가고 있었다. 첫째외형 파트에서는 데코레이션과 원형에 대한 컬러에 비중을 두어야 했지만, 내부 기능에 관해서는 기구파트와
설계파트, 그리고프로그램 파트가 함께 일을 진행해야 해야 하므로 그리 쉽게 진행 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출장을 위해 이틀 밤을
세운데다,바쁜 출장 첫날을 마치고 다음날을 준비하며, 깊은 잠에 빠졌다.항상 그렇지만 출장을 가기위한 준비와 현지에서의 환경이 한국과 같은
시스템이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출장을 준비하는 일 자체가 현지 출장과 같은느낌이었다.
다음날 아침, 드디어 외형의 몰드인젝션 점검과 직접
사출품을보기로 약속한 날이다. 물론 모든 파트가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내 제품이 태어나는 날이나 마찬가지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출공장은
차로 1시간을 달려 동관의 외곽 부근에 위치해 있었는데, 중국의 경우 모든 제품을 한 공장에서 만들어내지 않는다. 조립만 잘하는 공장이라든지,
설계, 사출, 몰드툴링 등등의 여러 파트가 나누어져 있는 전문성격의 공장으로 세분화가되어 있었다.
우리의 제품도 사실, 전자설계와 조립,
후 가공, 그리고 물류 등이 집중된 공장이었지 모든 것을 다 관할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것이 중국은 공장과 공장간에 유기적으로 잘
연결이 되어있고, 나름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 한국과 많이 차이가 있는 듯했다. 오히려 더 합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까?
사출공장에
들어서니, 처음 보는 공업용 세탁기 같은 매우 큰기계들이 지정된 간격을 유지한 채 수십 대가 서있었다. 이것이사출기계라고 한다. 위쪽에는
원자재를 담을 수 있는 탱크와 중간에는 커다란 몰드를 고온으로 압축하여 복제하는 기능을 가진 부분으로 연결된 매우 큰 기계였다.
이러한 큰
기계가 쉬지 않고, 증기기관처럼 거대한 소리를 내며,무엇인가를 계속 복제하고 있었다.
사출 공장의 사장에게 안내를 받는 동안 사장은 자신의
회사규모를 사출기의 숫자로 표현했다. 자신들은 100여 개의 사출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가장 큰 사이즈는 어떻고, 작은 사이즈는 어떻다며 쉬지
않고 설명하며 계속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윽고 그가 잠시 발걸음을 멈춘 곳에는 그공장에서 가장 크다는 사출기가 3개 있었다.그는
“이카, 당신의 제품이 바로 이 기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커다란 사출기에서 메카포드가 나오고 있었다. 사장은 방금 나와
온기가 그대로인 따스한 메카포드의 외
형을 나에게 직접 건네주었다.
너무 따스했던, 온기를 가진 플라스틱이었는데... 나는 두 손으로
건네 받고 잠시 다른 기계를 보고 있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지난날 달랑 스케치 한 장 가지고 갔던 회색빛 뉴욕, 이렇게 어려운
것은 못 만들겠다고 하던 샘... 너무 위험한 제품이라고 만류했던 공장 매니저들... 그리고 한국에서 매일 밤을 세우던 직원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아, 이런 것이구나. 모두의 땀과 눈물이 모인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따스한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플라스틱의 이 제품이 최고의 제품이 되어 뉴욕에 갈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다시 동관으로 복귀하여, 프로그램 팀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에서 디자인한 프로그램을 그냥 복제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로봇의
다양한 기능이 있었으므로, 중국에서는 복제하기힘들기에 자신들이 교정을 하고 싶다는 의견을 매니저이자, 책임자인 “두”박사가
내놓았다.
디자이너의 경우 초기에 세운 콘셉트에 대한 특이한 고집을 가지고 있다. 마치 콘셉트가 바뀌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도 난다는듯 특이한
고집... 그러나, 이 제품은 시장에서 거래되어 여러 나라의 아이들 손에 쥐어줘야 하는 것이기에 아무리 개발자이고
권리를 가지고 있는
조직의 의견이라도 합리적이 않다는 생각이들었다. 닥터 “두”의 의견에 동의해, 중국에서의 자체 튜닝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한달 후에 다시 찾은 동관의 공장에서는 2종류의 메카포드 테스트를 볼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중국에서의 생산 시스템에
너무 집중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개발과 생산이 반드시 초기와 변함없이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명 초기
개발과정에서 콘셉트와 타임테이블이 중요하긴 하지만, 개발과정에서의 여러 사항들이 생산에서의 불협화음이 없어야 양질의 제품을 초기 콘셉트와 연결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스트 모델이었기에, 아무 색도 칠해져 있지 않았고, 다소 기능상의 버그도 나오는 것을 보고, 나는 미국에 연락을
했다. 당신들이 보고 싶어하는 제품이 이제 나왔다고. 샘플이 한 세트밖에 없었기에 동영상과 관련자료를 이메일로 보내주고, 샤퍼이미지로부터의
답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를 호텔에서 기다리다가 받은 샤퍼이지미로부터의 회신은“제품이 매우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이곳의 집안 바닥은
카펫문화여서, 지금의 바퀴형태로는 마찰력이 없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언급하고, 컨트롤러의 주파수에 대한 궁금함도
질문하였다.
‘기능도 좋고 스타일도 좋은데, 뭐가 또 문제라는 거야?’라고 생각하면서도, 시장의 요구사항에 맞지 않는다면 역시 그
제품은개인의 작품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날 공장에서의 전체 매니저 회의를 거친 끝에 바퀴의 형태를 마찰력이 높은 스타일인 월면스타일로,
그리고 주파수와 실내등 빛에 간섭을 안받는 RF방식으로 전환하자는 결정을 보았다.또, 다시 개발인가? 아…‘아, 이제 끝났구나.’란 생각으로
샤퍼이미지에 답변의 메일을보냈다.

모든 것이 불협화음 없이 진행되었고, 한국에선 홍보용 동영상을 3D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모든 파트가 완성되어 결합된
제품의 시연회를 했을 때, 샘이 옆에 와서 말을 건넸다 “이카, 어떤 느낌이야?사실, 이 제품은 우리 공장에서만든 것 중에 제일 힘든
제품이었고, 아마도 이 이후에도 더 이상의 제품이 나올 것 같지 않아. 아이들 완구인데 부품의 수량과 몰드의 벌 수가 일반 완구의 20배가
넘었으니까…당신, 참 특이해... 그래도, 우리는 당신 덕택에 많은 자신감이 생겼어. 그리고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도 새롭게 느꼈고…”시연회의
테스트를 정리해서, 샘플 2세트를 샤퍼이미지에 보내주기로 했다. 그래야 그들이 미국 한복판에서 마케팅을 할 수있으니까.
샤퍼이미지에서는
제품 샘플을 받아보고, 현재 트랜드인 메탈느낌의 컬러와 제품의 안전성을 위해 이너패키지를 스티로폼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메탈느낌의
크롬도색은 제작과정도더 늘어나고, 스티로폼의 사용은 원가의 상승요인이 되었지만, 샤퍼이미지 쪽에서 마케팅의 모든 비용 부담과 자체 AS를
진행
한다고 하여, 샤퍼이미지의 요구를 승낙하기로 했다.
스케치를 들고 간지 2년의 시간이 흘러, 마침내, 뉴욕에 제품을 출시 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많은 제조업이 쇠락하고,완구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었기에 생산 할 수 없었던 제품을드디어 만 날수 있게 된
것이다.
샤퍼이미지의 모든 사항이 충족된 이후, 그들이 직접 체크하고,오더 수량과 계약을 하자는 메일이 온 것은 이즈음이었다.
샘과 주변의 의견으로는 일반적으로, 신상품의 첫 번째 오더는그리 많지 않을 것이고, 크리스마스가 타켓이라면, 지금이 5월이므로 계약이
다음해로 넘어갈 경우가 크다고 말해주었다..
음.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비즈니스로군..
두~~둥~~
생산이 다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