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제작자들에게 들었다… '찰리우드' 공략하는 법
'공포 영화에서도 귀신은 꿈에서만 나와야 한다' '모든 영화의 결말은 권선징악이어야 한다'…. 중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법이다.
지난해 중국의 영화 매출은 170억7300만위안(약 2조9608억원), 미국에 이어 2위 규모다. 올해는 200억위안(약 3조8000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약 1조5000억원)의 2.5배 수준이다. 한국 영화계는 1990년대부터 지리적·문화적 접근성을 내세우며 중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중국 영화인들은 "영화 한류(韓流)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한다. 누구나 탐내는 시장이지만 앞에 든 예 같은 중국 영화 시장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않으면 백전백패한다는 이야기다. 한국 영화 아카데미(KAFA)는 중국과의 공동 제작을 계획하는 한국의 영화감독, PD, 제작자들을 대상으로 3일부터 6일까지 중국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 영화인들은 외국인들이 중국의 독특한 심의제도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은 등급제도가 없는 대신, 사전 시나리오 심의를 받아야 한다. 그들은 "흥행이 될 영화를 미리 알 수는 없지만, 만들어서는 안 되는 영화 유형은 알려주겠다"고 했다.
①결말은 권선징악으로
지난해 중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영화 '로스트 인 타일랜드'를 제작한 쾅만와이씨는 "영화의 결말은 '권선징악(勸善懲惡)'이어야 한다"고 했다. 악인이 선인을 이기는 이야기가 심의에 통과할 수 없다는 명문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쾅씨에 따르면 "중국엔 아직 문맹(文盲)도 많고 교육 수준이 낮은 가난한 사람들이 많다. 영화에 나오는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의 가치관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란 게 그 이유다. 쾅씨는 "20년간 홍콩에서 누아르(어두운 범죄 장르) 영화를 만든 나로선 처음에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중국의 낙후한 지역의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그 나름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②귀신 영화는 NO!
합작영화의 심의를 담당하는 CFCC(China Film Co-Production Corporation)의 우웨씨는 "귀신이 나오는 영화를 찍으면 안 된다"고 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미신의 요소가 강한 귀신을 권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공포 영화가 인기 장르로 떠오른 중국에선 "귀신이 나오되, 나오지 않는 방식"을 사용한다. 귀신의 진짜 정체가 연쇄 살인마이거나 주인공의 꿈속에 나타나거나, 주인공의 정신착란으로 마무리하면 된다고 한다.
③동성애·현대사도 피하라
동성애나 문화대혁명처럼 중국 현대사의 민감한 문제도 섣불리 다뤄선 안 된다는 조언도 많았다. "다루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정서를 정확히 이해 못 하는 외국인으로선 위험한 선택"이란 것이다. 심의에서 문제가 될 만한 요소를 피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고 있는 중국 영화인들은 이런 민감한 소재로도 영화를 만들어 개봉한다고 한다.
④토끼 한 마리만 노려라
중국의 영화 배급·제작 관계자들은 "중국과 합작영화를 만들고 싶다면 목표 시장이 중국인지, 한국인지 확실히 정해야 한다"며 "문화와 경제 수준이 다른 중국 13억 인구의 정서를 맞추기도 힘든데, 하물며 한국과 중국의 정서를 동시에 꿰뚫을 수 있는 영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 감독이 중국을 배경으로, 중국 배우들과 만든 영화는 최근 성적이 좋은 편이었다. 한국 감독들이 중국에서 중국 배우들과 만든 '필선'과 '이별계약'은 최근 중국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한·중 배우를 모두 등장시켜 양국 시장을 모두 노렸던 '미스터 고'의 경우엔 한국과 중국에서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20131.12.10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