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산하 연구기관전문가들이 방한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과 정부 및 기업 산하연구기관들을 차례로 방문한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중국이 어떻게 대(對)한국 투자를 늘릴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한국의 대중국 직접투자가 23억 달러인 데 비해 중국의 대한 투자는 182억 달러에 불과한 심각한 불균형의 원인을 직접 확인하고 그 대안도 마련하고자 했다.
11월 중순 중국공산당의 중앙전체회의를 통해 시진핑 정부의 강도 높은 개혁정책이 공표된 지 불과 한 달이 지난 시점.발개위 산하의 이 태스크포스팀은 중국 경제의 대외개방 확대라는 개혁 목표의 실현 방안을 탐문 중이었다. 정부 정책 실행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다. 이들이 촘촘한 일정의 강행군을 마치고 한국 투자에 대해 어떤 해답을 안고 돌아갔을지궁금한 이유다.
늘어나는 중국의 해외투자
익숙하지 않은 이름의 중국 기업들이 고급 승용차의 대명사인 볼보와 재규어사는 물론 세계적 리조트 업체인 클럽메드를 손에 넣고,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적 건물들을 사들였다는 뉴스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세계로 흘러넘치는 중국자본은 시진핑 정부에서도 개혁 정책의 일환으로 탄력을 받
으며 더욱 전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대외개방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과 중국 해외투자의균형’을 제시했다. 외국인투자 진입 제한을 대폭적으로 완화하는 대신 중국의 해외투자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각국과의 투자협정 체결 등으로 투자보호조치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상무부를 중심으로 관련 기관들이 ‘해외투자관리방안’ 규정을 수정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2013년에는 국무원의 <정부비준프로젝트목록> 개정판을 통해 민감한 국가 및 민감한 사업영역을 제외하고 10억 달러 이하의 해외투자는 발개위 승인 없이 지방정부 신고하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규정이 완화되었다.
해외투자 절차의 간소화와 투자자금 지원, 진출지원 서비스 및 관련 정보 제공 등의 개정안이 마련되면 중국의 해외진출은 더욱 확대되리라는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9월 출범한 상하이자유무역시범구 내에서는 해외투자 신청 시 업무일 기준 5일내에 요건 충족에 대한 피드백을 주어 원활한 후속작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시행 중이다. 금년 초까지 이미 12개 기업이 3억2000만 달러의 해외투자 수속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성별로도 기업의 국제화 경영 추진, 해외직접투자 목표 등을내걸고 해외진출을 장려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금년 2월 초 톈진시는 ‘저우추취(해외진출) 3개년 행동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톈진·아세안 경제무역협력의 해’ 활동을개시하고 아세안에의 인프라 투자 확대와 제조업 진출 등을 통해 해외투자 15%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FDI와 해외투자의 균형을 추진하는 정책
중국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해외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요약해서 답을 한다면, 국가 차원에서 자원과 에너지를확보하고, 기업은 기술과 시장, 브랜드를 확보해 국가든 기업이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는 것이겠다. 하지만 해외투자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향후 세계
로 진출하는 중국 자본의 양과 질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투자는 중국이 대외개방형 경제로 전환하고 글로벌 경제에 참여하는 수단이자 중국 기업이 국제경쟁에 참여하는 중요 수단이라는 인식이다.
해외투자가 갖는 전략적 의미에 대한 인식은 보다 복합적이다. 먼저,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거시적인 영향력을 갖고 국가 장기발전을 이룰 수 있는 수단으로 본다. 글로벌 경제에서의 위상을 높여 국제적인 자원 배분에서뿐만 아니라 관련국과의 관계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은 대외무역의존도가 70%에 이르는 상황에서 산업체인을 고도화함으로써 국제분업구조상에서 중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투자가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도록 기여한 만큼 발전된 중국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 필요한 자원을 획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본유입과대외투자가 균형을 갖춰야 하는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향유하는 만큼 중국도 이젠 새로운 발전 공간을 찾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대외적인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중국 자체적으로성장을 위해 세계의 자본과 기술, 시장, 전략적 자원을 획득해야 하며, 경제대국 위상에 걸맞은 글로벌 기업이 육성되어야한다고 본다. 그런데 선진국 기업들과 달리 경험과 역량이 일천하므로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기업의 해외투자를 대대적으로 장려하는 동시에 각종 리스크에 대해 안전장치가 되어주는 이유다. 이상에서 중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외교적인 목적과 함께 실질적인 경제적 목적으로 장기적으로 해외투자를 확대해 나가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기술을 산다
2013년 중국의 해외투자는 전년비 16.8% 증가한 910.7억 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지난해 중국이 유치한 외국인 직접투자금액이 1175.8억 달러였으니 그것의 77% 수준이다. 약10년 전인 2002년 28억 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매우 빠른 성장이며, 향후 3~5년 후 중국의 FDI와 해외투자액은 균형을 이
루리라는 전망이다.최근 중국의 해외투자에 있어서 몇 가지 변화에 주목해볼 수 있다. 먼저 전기전자와 자동차부품, 고급장비제조업체등 기술확보를 위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완샹그
룹은 2012년 미국의 신에너지자동차용 배터리 생산업체인 A123Systems를 인수한 데 이어, 미국의 파산한 전기자동차업체 Fisker 인수전에도 뛰어들고 있다. 금년 연초 랴오닝성의 산산중공업공사는 미국 캐터필러사의 캐나다 자회사를 인수하여 터널설비제조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미 헤리티지재단에 따르면 기술습득을 위한 해외투자 건수는2005년 한 건도 없었지만, 2009~2012년 매년 4~7건이었다가 2013년에는 12건으로 증가했다.다음으로 의료기기나 식품산업 등 중국 내수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중국 기업의 경쟁력과 신뢰도가 떨어지는 영역의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부동산기업인 뤼띠그룹은 지난해 영국의 맥주공장 지분을 인수했으며,중국 전통음식기업인 톈진꼬우부리는 미국의 유명 커피업체인수 타결을 앞두고 있다. 이외에 호주 낙농기업에 대한 투자와 미국 양돈업체 지분 인수 등도 최근에 이루어진 것이다. 금년 초 웨이창의료과학공사가 미국의 라이트 메디컬 그룹에서인공관절 제조 자회사를 인수합병(M&A)한 것 역시 급증하는 중국의 고급 의료기 시장을 우선 목표로 한 것이다.
개도국 제조업에 대한 영향력 노림수
진출형식에서 주목할 것은 해외에 건설하는 경제무역합작단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단지에는 주로 중소 민영기업이 입주하여 현지 생산공장을 운영하는데, 공동진출을 통해 해외사업의 각종 리스크를 분담하고 공동운영의 시너지를얻는 효과가 있다. 2013년 말레이시아와 이집트, 인도네시아,인도 등의 국가에 추가 건설이 확정되어 기존 12개의 해외합작단지는 16개로 늘어나게 되었다. 지금까지 건설에 총 44억달러가 들어갔으며, 입주한 중국의 중소기업은 390여 개사에이른다. 주로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지에 입지하는데 중국 본토에서 경쟁력이 약화된 노동집약적 조립금속 산업과 봉제·신발 업체 등은 물론 철강재 가공과 건자재, 가전업체 등도 입주하고 있다. 해외합작단지는 중국 정부가 진출국 정부와 외교적 합의를 이끌어낸 후 자금을 지원해 건설되어 왔다. 해외투자 전체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중소 민영업체들의 해외진출 플랫폼 역할을 하며 후발국에 대한 중국 제조업의 영향력 확대라는 측면에서 주목해볼 수 있다.최근 해외투자로 중국 내 과잉설비를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등장했지만 이는 다소 무리한 견해다. 예를 들어 2012년중국의 철도운송용 기계장비 수백억 위안이 수출되어 과잉압력이 완화되었는데, 중국 정부가 동남아 지역에 대한 개발원조의 일환으로 인프라 건설을 지원했기 때문이었다.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 대표적 공급과잉 산업이 정부 주도의 해외인프라 사업으로 과잉을 해소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근본적 문제 해결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성공사례 만들 때
중국의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자원과 에너지 개발, 인프라 사업 등에서 대규모 손실을 보거나 현지 정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도 했다. 호주의 자원기업과 미국의 전자장비업체 인수를 시도하다 국가안보 등의 전략적 이슈로 비화되어국제적 경계 대상이 되며 실패하기도 했다. 프랑스 톰슨의 TV제조부문을 인수했던 TCL은 유럽지사의 파산으로 거액을배상했고,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던 상하이자동차사도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회자된다. 이제 중국 정부는 기업의 해외투자에 대해 정비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각국의 리스크와 기회요인에 대한 분석자료를 제공하고, 해외근무 인력에 대해전문 훈련도 실시한다. 해당 국의 법률과 규범을 엄격히 지키며 합작사업에 대한 책임과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불법적 경영은 금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그러는 사이 호주와 아프리카에서 개발된 광산과 유전에서중국으로 수송되는 철광석과 원유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4년여의 인수 후 통합(Post Merger Integration) 과정을 거친지리자동차의 볼보 인수는 2013년 상반기 매출액의 32.9% 증
가와 볼보자동차 판매량이 약 40% 증가하는 성공사례가 되었다. IBM PC사업부를 인수한 후 세계 최대 컴퓨터 생산자가 된레노버는 지난 분기 수익이 30% 넘게 증가했고, 최근 모토로라의 셀룰러폰 사업 부문도 인수했다. 더 많은 중국 기업들이선진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하여 세계 시장뿐 아니라 날로고도화되는 중국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려 하고 있다.중국 투자자본을 유치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활용한다. 안정적 자금을 바탕으로 연구 및 디자인과 상품개발에 집중하며 가치사슬을 확장한다. 강화된 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 확장에 나선다. 이런 성공사례가 한국기업에서도 탄생할 때가 되었다
심상형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