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중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중국 업체 샤오미(小米)에게 내주었다. 뿐만 아니라 인도에서도 인도 휴대폰 1위 업체인 마이크로맥스에게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중국과 인도에서 고전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12%로 급락하면서 3위인 레노버(聯想)에도 바짝 쫓기고 있다. 샤오미와 레노버 뿐 아니라 위룽(宇龍), 화웨이(華爲)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가세해 2분기 중국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65%에 달해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 기업의 약진은 다른 분야도 사정은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SK그룹을 비롯한 대부분의 석유화학 및 정유업체들도 중국의 설비투자 급증으로 수출물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석유제품 수출지역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올해 상반기 14.8%에 머물러 지난해 상반기보다 3%포인트 감소했다. 2006년에는 중국 수출 비중이 30%에 달했던 사실과 비교하면 8년 만에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설비증설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앞으로도 중국 수출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올해 중국 석유제품 수출물량은 최근 10년 동안 최저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국내 대표적인 건설중장비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도 수년 간 중국시장에서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 초 중국에 진출한 두산인프라코어는 매년 중국 내 중장비 수요가 2배 이상 증가하면서 2010년까지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지만, 최근 3, 4년간 중국 토종업체인 싸니(三一)의 약진으로 성장세가 크게 꺾였다.
철강업계도 고전 중이다. 냉연강판 등 고급제품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지만, 일반강 제품은 중국업체의 난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히려 중국업체들의 저가 제품들이 국내로 밀려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 유통업체도 중국에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는 2010년까지 27개의 매장을 열었지만 적자가 누적되면서 이듬해 11개 점포를 정리했다. 지난해에도 530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자 점포 축소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 년 전만 해도 한국에게 중국 시장은 ‘기회의 땅’으로 월등한 제품 경쟁력과 철저한 현지 마케팅 전략이 주효하면서 한국산 제품은 승승장구했다. 그랬던 한국 기업들이 최근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토종 기업들의 성장세가 가파른 데다, 세계 각국 업체들까지 앞다퉈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새로운 출구 전략을 찾지 않고선 현지에서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든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TV나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은 이미 현지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에어컨은 시장에서 거의 철수한 상태다. 전자업체 관계자는 “기본적인 가격 경쟁력에서 워낙 차이가 나고, 현지 업체에 우선 지원하는 정부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등으로 한국 제품이 전시대에서 사라진 지 오래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중국 수출전선이 심상찮다. 지난달까지 수출 증가율은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대중 수출액은 81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줄었다. 5월 -9.4%로 감소세로 돌아서더니 6월 -1%, 7월 -7%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중 수출이 내리 줄어든 것은 2012년 6개월(3∼8월) 연속 감소 이후 처음이다.
현재처럼 반제품 위주의 가공무역에 의존해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현지 소비재 시장을 적극 공략해 수출 품목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봉걸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중 수출 감소는 일시적인 게 아니라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현지 내수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소비재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중국 소비재 시장에서 한국산은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무역협회 베이징 지부 조사 결과 올해 1∼5월 중 대중 소비재 수출은 32억달러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9.3% 늘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상속자들’이 현지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가전·주방용품, 식품·기호품, 화장·미용용품, 패션상품, 문구·완구·영유아용품 등 전통적인 소비재의 수출 증가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한국 드라마 식사장면에서 식탁에 자주 오르는 김은 1분기 대중 수출이 전분기 대비 300% 이상 늘어 한국을 중국의 조미국 수입국 1위에 올렸다. 참치 수출도 1분기 들어 전년 동기보다 12배 늘었고, 맥주도 67% 증가했다. 그럼에도 소비재가 전체 대중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3%에 그쳐 앞으로 확대할 여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
소비재 업계에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타결이 수출 확대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