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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법률/문화여행] 넓고 푸른 바다, 중국의 공연·뮤지컬 시장
이름 최고관리자
12-11-09 12:17
글. 채하연
✦ 2000년 전후 싹트기 시작한 뮤지컬
‘뮤지컬, 중국에 뿌리내릴까’, 이는 이미 십여 년 전 이야기가 되어버린 1998년 인민일보에 실렸던 기사의 제목이다. 그해 1월 베이징에서 공연된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音樂之聲)>의 성공에 힘입어 다소 고양된 느낌이다. 연말이면 텔레비전에서 몇 번씩 본 영화를 통해 모두 내용을 잘 알고 있듯이, <사운드 오브 뮤직>에 흐르는 가족애와 애국심이 중국인들에게도 공감을 얻었던지 인기가 넘쳤다고 한다. 만석이 되어 서서 관람한 사람도 있었고 결국 세 차례의 연장공연으로 관객의 열망에 화답했지만 아쉽게도 그 이상 뒷심이 이어지지는 못했다.
사실상 뮤지컬이란 형식이 중국에 들어가 독립적으로 공연된 것은 20세기 초였다. 1930년대에 뮤지컬과 유사한 공연이 연출된 후 대도시에 뮤지컬이란 이름표를 단 작품들이 등장했으나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고, 시장은 반세기 넘게 빛을 보지 못했다. 몇몇 해외 유명작품들을 옮겨 공연했으나 현란한 춤과 노래를 선보여야 하는 뮤지컬무대에 설만한 인재가 드물어 공연수준이 성숙되지 못했다. 또한 화려한 무대미술과 음악, 안무 등을 위해 기업들의 협찬을 받아야했으나, 기업들은 불확실한 뮤지컬보다는 눈앞의 수익을 보여주는 TV드라마를 선호했다. 그러던 차에 <사운드 오브 뮤직>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일반대중들에게 뮤지컬에 대해 눈을 뜨게 해주었고 나아가 성장 가능성도 보여주었던 것이다.
✦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이 주류
이후 2002년에 이번에는 상하이 그랜드극장에서 올린 영국 웨스트엔드 뮤지컬 <레 미제라블(悲慘世界)>이 흥행을 거두었다. 이 공연이야말로 중국대중들에게 뮤지컬의 재미를 제대로 알려준 작품이라는 호평을 들었다. 또한 이후 중국의 자체 창작뮤지컬 제작을 촉진시키는 자극제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중국 뮤지컬산업의 창작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국 뮤지컬시장의 승자는 해외 라이선스 작품들이다. 기획사들이 상업성 면에서 불확실한 창작극에 모험을 걸기보다는 안전하게 유명 뮤지컬의 시장성을 선택하는 측면도 있다. 중국판 <맘마미아!>의 성공 이후, 라이선스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최근의 경우만 하더라도 9월 말에 베이징에서 <키스 미, 케이트>의 막이 올랐고, <타이타닉>, <시카고>등도 대기 중에 있다. 또한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 <캐츠>가 9월부터 6개 지역에서 170여 차례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브로드웨이 42번가>, <라이언 킹>, <헤어스프레이> 등 유명 뮤지컬들도 중국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로 제작되는 창작뮤지컬
중국의 창작 뮤지컬은 대부분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80% 이상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투자를 받아 제작되고 있다. 창작 뮤지컬 제작이 활발한 곳은 광둥성(廣東省) 둥관(東莞)이다. 둥관은 2007년부터 둥관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는 곳이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둥관시를 뮤지컬을 통해 문화예술도시로 탈바꿈하고자 한 정부의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창작 뮤지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디에(蝶)>가 최초 공연된 곳이 바로 둥관 위란대극장이었다. <디에>는 총 100억 원가량의 투자를 받아 중국인 제작자와 프랑스인 연출자가 손을 잡고 중국의 문화적 정서와 서양의 뮤지컬 양식을 조합시켜낸 거물급공연이다. 2007년 9월 초연된 이후 2010년 5월까지 중국 전역에서 총 170회 공연에 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08년에는 제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딤프 DIMF, 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bal)의 폐막작으로 공식 초청되기도 했다.
이후 중국 소설과 만화가 원작인 <산마오유랑기(三毛流浪記)>, 첨밀밀로 우리에게도 유명한 여가수 덩리쥔(邓麗君)의 일대기를 다룬 <사랑해, 테레사> 등이 창작 뮤지컬시장을 확대시켰다. 제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폐막작으로 선보였던 극작가 티엔딩의 <단교> 역시 전쟁의 혼란 속에서 꽃핀 남녀 간의 순수한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를 담아낸 중국산 뮤지컬이다.
✦ 중국 특유의 산수실경(山水實景) 뮤지컬
중국에는 다른 곳에서 보기 드문 특별한 뮤지컬이 있는데, 바로 산수실경(山水實景) 뮤지컬이라 불리는 작품들이다. 대표적으로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인상(印象)> 시리즈와 장자제(張家界)의 <천문호선(天門狐仙)> 그리고 항저우의 <송성(宋城)가무쇼> 등이 손꼽힌다. 이들은 관광명소를 무대로 삼는 독특한 스타일로, 주로 내국 단체여행객과 해외여행객을 주요 대상으로 거대한 스케일의 공연을 펼친다. 그 지역의 민간설화나 전래이야기, 실존인물을 소재로 한 스토리를 전개함으로써 내국인들에게는 친숙한 맛을 주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중국의 전통과 풍광을 소개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예를 들어, 천문호선은 호남성의 민간설화인 나무꾼과 여우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해발 1,529m의 높고 깊은 천문산 협곡에 가로지르는 움직이는 구름다리를 설치했다. 천문산 전체에 조명시설을 함으로써 자연을 그대로 무대로 활용하며, 출연 인원 총 800여 명이 3천 관람석을 향해 장엄하고 환상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중국 실경공연의 창시자인 메이슈아이위엔(梅帅元)이 기획 감독을, 영화 와호장룡의 작곡가이자 세계적 음악가로 인정받는 탄둔(潭盾)이 음악 및 예술감독을 맡았다.
산수실경 뮤지컬 연출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자 베이징올림픽 개·폐막식을 연출한 장이머우 감독이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0년부터 대형프로젝트로 기획하기 시작하여, 2004년에 개막한 <인상류산지에(印象劉三姐)>를 비롯한 ‘인상(Impression)시리즈’는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다. <인상 리장(印象麗江)>에는 약 20억 위안(약3,660억 원)이 투자되었는데, 다른 공연들 역시 억 위안대의 자금이 투자되었다고 하니 부러울 일이다. 리장의 무대 역시 해발 5,596미터의 옥룡설산의 중턱, 야외무대이다. 3,100미터의 고원에 차마고도를 재현해냈는데, 설산의 장엄함도 보고 극적 재미도 얻고자 하는 관광객이 한해 50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관광효과뿐 아니라 현지 주민들을 배우로 채용하니 지역 경제를 살리는 효과를 낳고 있기 때문에 <인상 리장>은 도시마케팅 측면에서도 그 공을 인정받고 있다.
‘인상 시리즈‘가 성공을 거두자 다른 관광명소들에서도 유사품 공연들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재탕이 주는 맛이 새로울 수 있으랴. 각 지역의 독특함을 잡아내야 할 연출형식과 스토리들이 그 나물에 그 밥, 점차 참신함이 떨어지다 보니 전체 산수실경 공연의 가치마저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어쩐지. 송성가무쇼를 보았던 관람소감은, 글쎄, 뮤지컬이라기보다는 흥미로운 대형 쇼의 느낌?
✦ 한국공연계의 꿈, 공연 한류점차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은 한국 공연계에서도 관심거리이다. 우리나라 종합콘텐츠기업인 CJ E&M이 2011년 시도한 <맘마미아!(妈妈咪呀!)>의 흥행으로 중국 뮤지컬시장이 달아올랐다. 실질적으로는 CJ E&M이 프로듀싱을 맡고, 영국 오리지널 제작진과 중국 제작진들이 일 년 동안 공동 제작했다. 영국산 뮤지컬을 중국 현지화하는 작업에 있어, 중국 정부와 현지 제작진의 적극적 지원과 함께 뮤지컬산업을 먼저 경험한 우리나라 스텝들의 공연 노하우가 전적으로 반영되었다.
중국판 <맘마미아!>는 지난 2011년 7월에 상하이 국가대극원에서 공연한 이후 6개월 만에 다시 상하이에서 공연을 했고, 또한 6개 주요 도시에서 6개월간 순회 공연했다. 상하이 앙코르 공연 때는 최초 공연 때 관람하지 못했던 관객들이 앞 다투어 예매하는 바람에 티켓의 70%가 사전 판매되어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첫 번째 시도에 총 200회를 공연했고, 25만 명의 중국 관객이 관람하여 2000만 위안의 매출을 올리는 쾌거를 거두었다. 올 7월부터는 주요 10개 도시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고, 2013년에 예정된 마카오, 홍콩 등의 투어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맘마미아!>중국어버전 담당자이며 중국대외문화그룹공사 총경리 장위(张宇)는 <맘마미아!>의 성공을 두고 세 가지 의의를 지목했다. 첫째, 해외의 유명 뮤지컬을 수입함으로써 인민들의 소비습관을 형성하여 뮤지컬 시장을 성장시킨 점. 둘째, 해외 유명 작품을 중국어 버전으로 제작한 점. 셋째, 본토뮤지컬의 창작을 이끌어낸 점.
중국 땅에서 <공연 한류>의 바람을 일으키고자 하는 가상한 우리나라 토종뮤지컬도 눈여겨보자. 2010년 대구 초연 당시 유료공연을 80회 이상하면서 객석점유율 80%를 기록했던 <미용명가>이다. 지역에서 시작된 창작뮤지컬로서 드물게 중국에서 <메이파밍자(美髮名家, 미발명가>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되었다. 헤어디자이너로 성공하고자 하는 젊은 남녀 주인공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도전하는 이야기가 유쾌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연출과 대본, 음악 등 기둥은 우리나라 스텝들이 세우고, 배우와 무대, 소도구 등 나머지 분야는 모두 난징에 있는 장쑤성연예그룹 활극원에서 담당했다. 또한 중국 관객들의 취향을 반영하여 이야기를 단순하게 전개하면서도 비극적 요소는 삭제하는 맞춤 공연이 시도되었다. 그러나 공연의 대부분은 한국스타일로 꾸며졌다. 출연자 다섯 명 모두 중국 배우들이었지만 한국의상을 입기도 하고 한국스타일의 노래와 연기를 선보였다.
거액의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라이선스 뮤지컬이 아닌 생소한 창작 뮤지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용명가>에 대한 중국 관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드라마나 K-pop 등으로 이미 한국문화를 접한 경험이 있는 관객들이 많아 호응도도 높았다. 한국스타일의 재미있는 뮤지컬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공연마다 매진을 기록하였고, 일부 대학에서는 좌석이 모자라 입석 관객도 많았다. 특히 180석으로 작은 규모인 난징임학대학 공연 때는 일찌감치 230여 명의 관객이 몰려드는 바람에 정식 공연시작시간보다 30분이나 먼저 공연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난징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베이징(北京), 쓰촨(四川)성, 푸젠(福建)성 등 중국 전역에 순회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 물고기가 가득한 블루오션, 중국 공연시장
공연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지난해에 중국의 대형 국유예술단들은 기업제로 체제 개혁을 단행하였고 민영 예술단은 창작활동에 박차를 가하였다. 작품들이 설 공간도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 현재 중국의 각 지역 대도시에는 중소형 뮤지컬을 소화할 수 있는 시설이 100여 곳 있으며,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심도시들은 대형 뮤지컬 공연장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베이징시는 도시 브랜드가치를 향상시키고자 국제공연도시로서의 면모를 가꾸고 있는 중이다. 이를 위해 “티엔치아오 예술구(天桥演艺区)"과 “티엔탄 공연구(天坛演艺区)"건설을 향후 10년간 진행할 핵심 프로젝트로 선정하였다. 2020년이면 이 지역에 50여개의 극장이 설립될 것이라고 하니, 머지않아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같은 세계적인 예술거리를 베이징에서도 보게 될 것이다. 베이징에서는 이미 지난 11월 말에 257만 회에 달하는 공연이 연출되었고, 소극장은 30여 개로 증가하는 등 이미 공연문화가 성숙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두운 면도 있다. 민영소극장들이 비싼 임대료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며, 더불어 일부 소극장들은 저예산의 예술적・도덕적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으로 관객유치에 몰두하고 있어 소극장의 예술정신과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몇몇 작품들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자 중국 뮤지컬시장의 성장가능성에 대한 호의적인 예측수치들이 나오고 있다. 2020년이면 중국 뮤지컬시장의 공연 규모가 약 4조원에 이를 것이며 세계 3대 뮤지컬 시장으로 등극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때쯤이라면 몰라도 아직 일반대중들은 뮤지컬을 접해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고, 경험이 있는 관객이라 할지라도 이해도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중국의 뮤지컬 관객은 소비력 수준과 작품 수용이 가능한 문화수준에 따라 문화수용능력이 빠르고 경제수준도 높은 중국 거주 외국인 계층부터 최하위의 기타계층까지 대략 다섯 계층으로 구분되는데, 관객수준이 어느 정도 평준화된 선진국들에 비해 그 차이가 확연한 편이다.
관객얘기가 나온 김에 여담 한 가지. 얼마 전 베이징의 한 강당에서 공연을 보던 중 한 관객으로 인해 일어난 소동을 진짜 공연보다 더 재미있게 관람(?)한 적이 있다. 좋은 자리에 앉았다고 기뻐하고 있었는데, 바로 앞의 남성관객이 거리낌 없이 사진을 찍어대는 바람에 마음이 분산되기 시작했다. 안내원들이 번갈아 다가가 사진촬영을 중지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그는 사진을 꼭 찍어야한다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남자안내원이 갔을 때는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렌즈부위를 손으로 가리며 저지하려는 안내원과 그것을 피해 기어코 촬영을 하려고 일어선 남자가 거의 몸싸움 직전까지 갔고, 급기야는 극이 한창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큰소리가 났다. 게다가 짜증난 관객들이 한마디씩 소리를 지르기까지. 그 후로도 안내원들이 애걸복걸하다시피 그만 찍을 것을 통사정했으나 그는 끝끝내 자기 할 일을 다 했다. 이 일을 두고 중국의 관람수준 전체를 속단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으련다. 난 어쩌다 한 번 중국에서 공연을 보았을 뿐이고, 소란을 피운 그는 13억 인구 중 그저 한 명에 불과할 테니까.
중국 뮤지컬시장에 세계적인 뮤지컬 제작자들의 이목과 경쟁이 집중되고 있다. 몇몇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중국 뮤지컬시장 진출에 있어서 성패의 관건은 신뢰할 수 있는 중국 측 파트너와 손잡는 것 그리고 중국 관객들의 정서에 맞게 화려한 무대와 즐거운 이야기로 현지화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아울러 새로운 관객층 확보와 함께 기존 관객들의 지속적 관람을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관객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중국인들에게 익숙한 스토리를 이용하여 보다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작품 몇 편의 성공으로 중국에서의 뮤지컬 한류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공연시장 그곳은 물고기가 가득한 넓고 푸른 바다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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