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지금부터 50년간 혹은 100년간의 역사를 쓸 때, 그것은 2008년의 극심한 경기침체도 21세기 두 번째 10년 동안 미국이 직면한 재정문제에 관한 것도 아닐 것이다. 그것은 세계가 중국이라는 역사의 무대의 변동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관한 것일 게다.
- 로런스 서머스(하버드대 교수, 전 미 재무장관)
지난 해 9월부터 나와 같이 근무했던 한 연구원이 중국의 경제전문방송인 ‘CCTV2’에 나가, 우리 주식 시장이 끝나자마자 한국 금융시장 상황을 중국 전역에 생중계하고 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나는 중국이 그 동안 우리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 앞으로는 금융시장에도 더 지대한 영향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인들이 우리 자동차, 휴대폰, 화장품을 사갔으나, 이제는 한국 채권과 주식을 많이 사면서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그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특히 ‘차이나 머니’의 우리 국채매입 증가로 시장금리가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보험회사들이 겪어야 할 진통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
중국, 우리의 최대수출 시장
지난 해 우리 수출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였다. 홍콩(6%)를 포함하면 31%로 높아진다. 2000년에 이들이 비중이 17%였는데, 12년 사이에 거의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미국 비중은 22%에서 11%로 반으로 줄어들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2% 정도로 우리 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다. 그래서 우리 수출만 보면 세계경제 흐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2000년 이후로 세계경제의 성장 축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서서히 이전되고 있다는 신호이다.
중국 경제, 투자에서 소비로 성장구조 변화
중국 경제의 성장 구조 변화는 수출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이 시장경제에 진입한 1978년 이후 중국 경제는 연평균 10% 정도 성장했다. 그러나 앞으로 5년 정도는 성장률이 7% 안팎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성장 구조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중국 경제가 10%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투자였다. 2011년 기준으로 고정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9%로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높다. 당시 우리 나라는 26%, 미국은 13%였다.
그러나 투자 중심으로 높은 성장을 하다 보니 과잉투자 문제가 발생했다. 중국의 석유화학, 철강 산업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 다른 산업에서도 공급이 늘어난 만큼 수요가 뒷받침을 못해 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기업들이 생산한 물건을 다 팔지 못하고 점차 부실해질 것이다. 기업이 부실해지면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도 같이 부실해지고, 결국은 외과수술을 통해 이 부실을 털어내야 한다. 우리가 1997~8년에 겪었던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가 대표적인 예이다.
중국 정부는 투자 위축으로 오게 될 경제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서 소비를 부양할 계획을 이미 세웠다. 중국의 민간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로 미국(70%)의 절반 수준이고, 우리 나라의 51%에 비해서 크게 낮다. 여기다가 일인당 국민소득이 3천 달러를 넘어서면 소비 수준이 한 단계 오르는데, 중국의 소득이 이미 5천 달러를 초과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중국이 투자 감소로 인한 급격한 경제성장률 둔화를 소비 증가로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소비가 서서히 증가한다는 데 있다.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시가총액기준 74%, 자산 기준 84%)에게 투자를 하라고 지시하면 기업은 곧바로 투자를 늘린다. 그러나 국민에게 소비를 그처럼 늘리라고 지시할 수도 없고, 국민들도 늘어나는 소득 수준에 따라 소비를 조정할 것이다.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세율이 낮아지고 사회보장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소비가 경제성장을 주도할 가능성은 높다.
이 과정에서 투자율은 낮아지는 반면 저축률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서 저축이 투자보다 더 많아진다. 국민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자금 잉여가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투자에서 소비 중심으로 성장 구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우리 나라의 대중 수출도 업종별 혹은 품목별로 다른 영향을 받을 것이다. 중국이 투자 중심으로 성장할 때 철강과 화학 등 소재산업의 대중 수출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앞으로 중국 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성장한다면 전자제품, 자동차 등 최종 소비재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미국 국채 더 이상 사지 않아
중국은 그 동안 수출에서 번 돈으로 주로 미국 국채를 사들였다. 2000년 이후 미국과 중국 경제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1990년 중반 이후 미국 경제는 정보통신혁명을 기반으로 생산성이 증가하면서 이른바 고성장과 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했다. 미국 사람들은 이를 ‘신경제’라 불렀다. 이런 신경제를 믿고 미국 가계들은 소비를 늘렸다. 저금리와 주택가격의 급등도 과소비를 부추겼다.
중국의 생산자들이 값싼 제품을 만들어 미국 소비자를 충족시켜주었다. 중국은 미국으로 수출해서 번 돈으로 미국 국채를 사주었다. 이것이 미국 금리를 더 낮춰 주었고, 미국 소비를 더 늘게 했다. 2010년에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1조 1,601억 달러로 10년 전에 비해서 15배 증가했다. 외국인이 보유한 미국 국채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에 26%로 일본(20%)를 제치고 제1위로 부상했다.
그러나 2011년부터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거의 사지 않고 있다. 2012년 11월 현재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는 1조 1,701억 달러로 2010년 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외국인이 보유하고 미국 국채 중 중국 비중도 같은 기간 26%에서 21%로 낮아졌다.

매년 대폭의 무역수지 흑자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늘고 있다. 지난 해 말 현재 중국이 보유한 외환은 3조 3,116억 달러로 우리나라의 10배 정도이다. 앞으로 외환 보유액은 더 늘 것이다. 그런데 미국 국채가격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금리가 낮기 때문에) 앞으로도 중국은 미국 국채를 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돈들이 국가채무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 국채도 많이 살 가능성이 낮다. 일본이 대규모로 돈을 풀어 물가가 오르고 국채 가격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차이나 머니가 일본 국채 시장으로 갈 가능성도 낮다. 그렇다면 이 돈의 일부는 상대적으로 경제가 안정적인 우리 나라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최근 우리 나라 국가 신용부도스왑(CDS) 스프레드가 일본보다도 낮아졌다.
위안화 국제화 추진과 자본시장 개방
중국의 중장기 목표 가운데 하나는 위안화의 국제화이다. 그 목적을 달성하려면 중국은 자본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지난 해 2월 자본시장 자유화 3단계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첫 단계로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를 적극 장려할 계획이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과 유로 기업을 싸게 사고 선진 기업의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무역 결제에서 위안화 결제를 확대하는 등 위안화 국제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머지않아 우리 기업이 중국 수출에서 달러 대신 위안화를 받게 될 것이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중국의 주식, 채권, 부동산 시장까지 점차 자유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 개방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이미 증시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가(QFII)의 투자한도를 800억 달러 늘려 외국인 자금 유입을 받아들였다. 최근에는 적격 국내 개인투자자(QDII2) 제도를 올해 내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개인들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국외 금융시장에도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그 동안 적격 국내 기관투자가(QDII)의 국외 금융투자를 허용해왔다.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도 이제 해외 금융상품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중국의 경제성장이 한 단계 둔화되는 과정에서 투자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중국의 자금잉여는 늘어날 것이다. 이 자금이 중국의 자본 자유화 과정에서 선진국보다는 우리 나라와 같은 이머징마켓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중국 자금, 우리 주식과 채권 매수 예상
현재까지는 중국 자금이 우리 나라 주식과 채권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올해 1월 말 현재 중국인이 보유하고 우리 나라 상장 채권은 1.1조원으로 전체 외국인 보유액(90조원)의 12% 정도이다. 특히 상장 주식은 6조 8천억으로 외국인 보유액(40조원)의 1.7%로 매우 낮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이유로 중국 자본이 우리 금융시장에 매우 빠른 속도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그 조짐이 지난 해부터 나타났다. 지난 한해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17조 6천억 원 순매수 했는데, 중국인의 순매수가 1조 7,800억 원으로 10%를 차지했다. 국가별로 보면 프랑스, 영국에 이어 3위를 자치했다. 참고로 미국계 자금의 순매수는 1조 170억 원으로 중국보다 낮았다.
앞으로 중국의 자금이 우리 주식을 대규모로 매수할 가능성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주식 시장에 실망한 개인의 자금이 지속적으로 이탈하고 있다. 여기다가 금융회사들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 2009년 이후 국민연금 외에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사서 주가가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자금의 우리 주식 매수는 주가 상승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이 사는 주식은 여전히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몇 개의 기업일 것이다. 2009년 이후 나타난 주가 차별화 현상이 앞으로도 더 심화할 전망이다.
중국 자금은 우리 국채도 더 사들일 것이다. 특히 중국의 국채 매입은 우리 나라 거시경제지표뿐만 아니라 금융회사들의 경영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2012년 현재 우리 국채시장에서 외국인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2%로 미국(21%)보다 낮다. 그러나 5년 이내에 그 비중이 역전될 수 있다. 2003년에 우리의 최대 수출 시장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뀐 것처럼 국채시장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차이나 머니 유입은 우리 금융회사에 구조조정 초래
우리 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우리 나라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9%였다. 문제는 앞으로도 그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그 동안 자본과 노동 증가로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했는데, 이제 생산 요소의 증가가 한계에 도달했다. 총요소생산성 향상으로 잠재 성장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생산성 증가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기업들의 투자 부진으로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잉여자금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채권을 산다면 현재 3% 안팎인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2%대로 떨어지고 더 나아가서는 1%대로 하락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은행도 앞으로 국채를 더 살 것이다. 돈이 들어오면 은행은 그 돈으로 대출을 해주거나 주식과 채권 등 금융자산에 운용한다. 저성장 시대로 갈수록 기업들의 투자는 줄어들 것이다. 머지 않아 우리 기업들도 미국과 일본처럼 자금 부족 주체에서 잉여 주체로 갈 것이다.
높은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가계들에게 은행이 돈을 더 빌려주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렇다면 은행은 국채를 살 것이고, 이것이 국채수익률을 더 낮춰 결국에는 은행의 이익을 감소시킬 것이다.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줄어들어 예대마진이 축소되는 가운데, 낮은 국채수익률로 자산 운용 수익률도 저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보험회사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국채수익률이 1~2%로 떨어진다면 보험 회사들은 낮은 운용 수익률로 역마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보험을 든 사람들의 수명도 길어져 보험 회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더 증가할 것이다.
1998년에 11개와 13개였던 일본의 생명보험회사와 손해보험회사가 현재 각각 4개와 3개로 구조 조정된 일본의 사례가 우리에게 먼 얘기는 아닐 것이다. 보험회사를 포함한 금융회사들이 차이나 머니의 영향을 미리 점검하고 대응해야 한다. 투자자들도 과거와는 달리 몇 개의 보험회사만 살아남아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